영계출감탕은 담음을 다스릴 때 1차 처방이다. 복령과 백출이 담음을 만드는 습을 진액으로 돌리면서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계지는 표증에 대응하고, 육계로 쓴다면 담음의 원인이 되는 비양허를 개선하는 효과를 낸다. 감초는 줄여서 쓴다. 감미(甘味)는 비경에 들어가지만 중초를 막기도 한다. 감미가 과다하면 되려 비위의 운화를 저해하기 때문에 감초는 첩당 1-3 그램 범위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형의 담이 보이면 이진탕을 쓴다. 기성 처방에서는 반하가 복령의 두배지만 진수원은 복령이 군약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복령을 단순한 이수약으로 본다면 반하가 군약이 되나 복령이 습을 제거하면서 위를 보하는 역할을 한다는 온병학의 이론을 도입한다면 반하와 복령을 동량으로 처방한다. 영계출감탕에서 계지를 빼고 ..
도인 (苦甘, 平) 도인은 하초 어혈의 주약이다. 상한론의 도핵승기탕, 계지복령환에서 어혈약으로 빠지지 않고 처방되는 약재 중 하나다. 어혈약은 오미보다는 한열과 귀경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 좋다. 어혈의 징후는 하복과 제하의 동통이나 압통, 신경정신증상, 기부갑착(肌膚甲着), 두드러진 설하정맥, 신경정신증상, 암자색 및 뭉치는 생리혈, 수족냉증, 출혈 등 다양하다. 증후로서의 어혈과 피멍 등 외형적은 어혈은 구분하는 것이 좋다. 후자는 소목, 홍화 등으로 처리하나 그렇다고 둘이 아주 다른 관계는 아니다. 오래된 어혈은 대황 등으로 사하시켜야 한다. 어혈이 있으면 변비 등의 증상이 자주 나타나는 것을 임상에서 많이 경험한다. 배꼽 아래 골반은 대장과 소장이 위치해 있어서 우리 몸에서 혈류가 풍부한 곳 중 ..
우리나라도 한의약 관련 자료들이 잘 정리되어 있고, 임상 환경의 차이로 인해 중의학 관련 자료를 찾을 일이 예전보다는 줄어든 것 같습니다. 교과서에서 통용되는 변증체계나 교육과정에 중의학의 체계가 많이 녹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거중심의학 등 과학적인 시도가 함께 붙는 것이 주류가 된 것은 분명 중의학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도 한 번씩 중의학 관련 자료를 찾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중의학은 우리가 양방이라고 하는 서의학과 일원화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중의사들의 증례를 보면 각종 영상검사나 양약 처방에도 잘 듣지 않아 한약을 썼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환자의 진술을 통해 양방 치료를 확인하는 편이고, 한방병원처럼 교차 고용이 가능한 곳에서는 직접 검사 결과를 받습니다만 중의사들..
사회에는 소위 '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등교육을 받았거나 한 분야에 정통해 남들을 가르치거나 의미 있는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교수, 교사, 목사, 의사들이 대표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사람들이고, 꼭 직업적인 측면이 아니더라도 사회와 사람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들이 처해있는 어려운 일들에 대한 답을 내어주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좀 더 확장하면 사람들에게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사업가나 법관, 정치인들도 넓은 의미의 지식인일 수 있겠다. 이번 글에서 책무를 따지고 싶은 사람들은 답을 내지 않아도 지식인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대표적으로 학계가 있다. 한 사회의 지식 수준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교수들이 있고 석박사들이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와 각종 방역대책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감염자와 위중증자, 사망자일 것이다. 방역의 목표이지만 실패하면 바로 늘어나는 사람들이다. 이 숫자를 줄이기 위해 헌법상 보장된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약하는 정책을 펼쳤고 대다수가 동의하여 2년을 보냈다. 감염자와 위중증자, 사망자를 제외하면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사람 중 하나가 소위 '자영업자'라 불리는 소상공인임을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높은 자영업자 비율에 비해 방역 경제대책 초기부터 자영업자들은 배제된 결과고, 대선을 앞둔 지금 전 국민 지원금 대신 소상공인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대해 정치권의 논의가 옮겨졌다. 자영업자의 비율이 낮고, 많은 고용이 연계되어 있었으면 정치권도 여러 기업들에게 지원한 이상으로 각종..
저는 일이 없으면 별다른 목적 없이 요즘 입소문을 타는 골목길들을 한 번씩 가봅니다. 아주 일이 없는 것은 아니고, 최근 제가 관심 있어하는 분야의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곳들입니다. 우연일지는 몰라도 그런 매장들은 속칭 '뜨고 있는' 골목길, 상권들이 많았습니다. 20대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이는 거리는 깔끔하면서도 그전에는 보지 못했던 특이한 물건들을 파는 가게들이 보입니다. 요즘은 제가 조향에 관심이 있어 그런지 향수를 만들어 주는 가게나 니치 향수나 화장품을 파는 가게들을 찾아보게 됩니다. 그 옆에는 떡볶이 가게도 있고 햄버거 집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흔히 아는 브랜드의 가게는 아니고 1인당 적어도 2-3만 원씩은 줘야 먹을 만하게 나오는 집들입니다. 문득 제가 20대 일 때 제 또래들이 가던 ..
숙지황 (甘, 微溫) 숙지황은 하초음허의 주약이다. 보음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음은 계속 쓰기만 하고 채워지기 어렵다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다. 음액은 우리 몸의 형체를 이루는 모든 것을 의미하며 이는 혈액, 체액, 호르몬까지 포함한다. 우리가 마시는 물이 바로 혈액이 되지 않는 것은 혈액을 만드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보습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음액이라는 큰 대상보다는 수분대사에 한정해서 보음을 파악하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 온병 이전의 보음은 숙지황이 담당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보음약은 한성약이 많은 데, 한성약은 비양을 손상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지황을 구증구포라는 복잡한 포제를 통해 약성을 바꾸고서야 숙지황을 중요한 보음약으로 쓰일 수 있게 되었다. 온병에서 아..
진피 (苦辛, 溫) 진피의 주치는 이기(理氣)이다. 상한론과 후세방의 약물 활용에서 가장 큰 차이를 들라고 하면 크게 두 가지다. 식욕부진, 소화불량을 위주로 하는 비위계 처방과 기울증을 처리하는 이기지제가 후세방에서 훨씬 많아진 점이다. 상한론에서도 이중탕이나 반하후박탕 등 보비약이나 이기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울증에 대해서는 후세방의 처방은 진피에서 시작한다. 진피는 우리나라에서는 두가지, 중국은 변종까지 약전에서 인정하고 있어서 다양한 형태의 진피가 유통이 되고 있다. 임증지남의안에서 신회피(新會皮)라 표현되어 있는 신회진피는 중국 광동성에서 나는 진피로 잘게 절단되어 유통되는 기존 진피와 달리 귤껍질을 손으로 그대로 깐 것처럼 넓게 펼쳐져 있다. 산물을 쓰는 경우도 있는 데, 어떤 것이 좀..
반하 (辛, 溫) 반하는 주치는 화담(化痰)이다. 백출과 복령이 화습(化濕), 즉 담이 되기 이전의 습을 제거하는 역할이라면 반하부터는 본격적으로 유형의 담음을 처리한다. 담음을 습으로 돌리는 역할이며, 담음이 완고해지면 천남성을 가미해야 한다. 복진 소견에서는 심하의 압통이 확인되면 반하를 고려한다. 객담이나 소화기 증상, 맥진에서 교차 확인되면 반하를 넣어주는 것이 좋다. 담음 처리의 시작 약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반하 이외에도 담음을 처리하는 약재는 많고 음허일 경우 반하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반하를 빼고 처방을 구성하면 약력이 떨어지는 것도 경험한다. 입방(立方)의 묘가 필요한 부분이다. 반하의 약성이 맵고 온성이라고 하나 한열은 같이 조합하는 약재로 맞추는 경우가 많다. 한증일 경우 ..
이번 대선이 가장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는 대선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현 정부의 실책에 대한 발전적 대안보다는 정권교체만 주장하는 야당 후보와, 이에 대해 현 정부의 발전적 계승을 주장하지 못한 채 국민들이 우려하는 정책을 쏟아내는 여당 후보의 모습은 아무리 대선이라고는 하지만 정치를 구성하는 정책과 권력 중 권력 추구의 속살만 드러나는 느낌입니다. 정치란 원래 이런 것인가 싶으면서도 소위 'G7'이라 불리는 민주주의 선진 국가의 정치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제가 그 나라에 살지 않으니 잘 모를 수 있지만 각국 주요 신문 1면을 보면 우리나라처럼 정치면이 많은 것을 장악한 나라가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대선이라고 하기에는 거의 아이돌 수준이 되어버린 정치인의 일거수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