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귀 (甘辛, 溫) 당귀는 주효능은 보혈활혈(補血活血)이다. 혈의 양을 늘리면서 혈행을 원활하게 한다. 혈분약들은 상당 부분 활혈에 치우쳐져 있고 보혈약재는 생각보다 드물다. 숙지황 등 보혈을 하는 약도 실상 보음을 통해 보혈을 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당귀가 사실상 온전한 보혈을 하면서 활혈 효능을 겸한다고 볼 수 있다. 혈병(血病)에 당귀가 많이 쓰이는 이유다. 당귀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기원약재가 다르다. 우리나라는 참당귀, 중국은 중국당귀, 일본은 일당귀인데, 약전상으로는 우리나라가 일당귀까지 인정을 한다. 참당귀는 활혈약에 가깝고 중국당귀는 質이 重하고 정유성분이 많아 보혈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일당귀는 그 중간이다. 중국당귀가 기존 처방에서 쓰이던 것이나 국내 한약 재배 농가 보호의 ..
약 처방을 위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때는 맥진, 복진, 설진으로 확인한다. 다만 각 진단이 보는 목적이 조금 다르다. 복진은 허실을 판별하는 데 유용하다. 복근의 탈력(脫力) 유무, 긴장감으로 허실을 확인한다. 복근에 탄력이 없고 푹 꺼진다면 허증(虛證), 탄력이 있거나 반발감이 심하고 복만이 있다면 실증(實證)으로 보면 무리가 없다. 허증은 인삼을 포함한 보제(補劑)의 적응증이고, 실증인 경우 사하제(瀉下劑)를 고민해야 한다. 사하제를 반드시 다량의 대황이나 파두와 같이 강한 약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차전자피, 센나엽 등 설사를 유발하지 않고 대변의 양이 늘어나는 정도로 사하를 시켜도 충분하다. 환자에 따라서는 부드러운 사하제가 듣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이 때는 사하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복진에서..
임증지남의안을 보면 기존 한의약 체계를 충실히 따라오면서도 독창적인 면들이 있다. 간풍내동이 대표적이면서 독창적인 이론체계지만 통증에 관해서 낙맥과 기경8맥을 다른 시각에서 해석한 부분이 있다. 병이 오래되면 낙맥으로 들어간다는 주장(久病入絡)과 낙맥이 허하면 아프다(絡虛則痛)는 서술이 자주 나오는 데, 한의원의 주 내원층이 통증환자이고, 주로 침구와 추나 치료를 중심인 것을 감안하면 약물로 통증을 치료하는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낙맥은 경맥의 분지로서 낙맥에서 점점 작아지면서 손락, 부락 등 하부 체계로 간다. 경맥은 명확한 위치를 흐르는 데 비해 낙맥은 우리 몸 전체를 얽어매고 있어서 되려 그 존재감이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섭천사는 낙맥과 기경을 기존 변증체계에서 분리해 별도로 언급하였는 데..
우리나라에서도 11월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에 들어갑니다. 위드 코로나라고도 합니다. 확진자 통제에서 사람들의 활동을 보장하는 쪽으로 바뀔 것입니다. 내년 1월까지 단계적으로 방역수칙을 완화한다고 하니 코로나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지난 2년동안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단순 건강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까지 포함됩니다. 그중 일부는 우리의 통념 또는 가능성에 대해 답을 내려준 것들이 있습니다. 우선 교육은 대면이 중심이라는 것을 확실히 했습니다. 대면 교육이 중심일 때는 온라인 교육은 가능성을 내보였습니다. 미래 사회의 모습을 그리면 재택 교육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아마 앞으로는 그런 그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만나서 할..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은 많은 한의사들에게 애증의 존재이다. 최근 30년간 한의원 보약의 지위를 뺏어간 원흉이지만 상당수의 한약재가 건기식의 형태로 시장에 유통되면서 되려 한약에 대한 친밀감은 높아진 양면성이 있다.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숙취해소환도 산사, 갈화, 창출과 같이 한약재가 들어간 제품이다. 한의약은 대부분의 역사 기간 동안 양반이나 부유층들의 전유물이었다. 사극에서는 아프면 '의원'을 불러다 진료를 보지만 높은 지위에 있는 양반이 아니면 의원을 보기도 힘들었고 대부분 사람들은 동네에 의학서적 한두권 익힌 지식인들에게 약을 처방받거나 침을 맞던 것이 현실이었다. 지금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경옥고 같은 약은 조선시대에는 임금이나 편하게 먹고 양반들마저도 귀한 약이라고 아껴..
계지탕은 상한론의 수방(首方)으로 모든 처방의 모태라고도 한다. 명성에 비해 처방은 단순하다. 계지, 작약, 감초, 대추, 생강 5가지 약재로 이걸로 약이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계지탕으로부터 상한론 내에서만 수많은 처방이 만들어졌고 육계까지 확장하면 온법의 시초라고도 할 수 있다. 계지탕의 계지는 육계 또는 계피로 봐야 한다. 처방 내역에 껍질을 벗긴다는 내용이 있는 데, 어린 계지는 벗길 껍질이 없으므로 계피가 적절하다. 이런 구분도 후대에 와서 정립된 것으로 표증은 계지, 온법을 강조할 경우는 육계를 쓰면 된다. 열상이 있는 데 계지가 들어간 처방을 써야 할 경우가 있다. 이 때는 어린 계지를 사용한다. 어린 계지는 표증에, 육계는 리증에 집중된다고 보면 편하다. 사상 처방에서도 소음..
맥문동 (甘微苦, 微寒) 맥문동은 위음허(胃陰虛)의 1차 선택 약재이다. 이전에는 맥문동을 폐음허 약으로 봤으나 귀경 등을 고려하면 위음허로 보는 온병학의 설명을 따른다. 위음허를 치료하다 보면 폐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토생금(土生金)이고, 요즘 개념으로 하면 위장관 질환과 병발한 폐질환을 치료한다고 보면 된다. 위음허의 이론적 근거는 내경의 '脾는 喜燥惡濕하고 胃는 喜濕惡燥'이다. 비장은 습을 싫어하고 마른 것을 좋아하며 위장은 반대로 마른 것을 싫어하고 습한 것을 좋아한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비장의 약은 백출, 인삼과 같이 조성을 띤다. 위장에 대해서는 별도의 약물이 없었는 데 온병학설에서 맥문동, 석곡, 위유 등을 여기에 배속시켰다. 위음허는 요즘 빈번하게 보이는 증상이다...
보중익기탕은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처방이다. 상한론의 시대를 벗어나 내상 잡병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든 대표 처방이며, 그럼에도 상한론의 정신을 충분히 이어받았다. 사상의학을 만든 이제마까지도 보중익기탕의 수정과 활용에 몰두했다. 처방의 효용과 더불어 연구할 수 있는 특이한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처방이다. 보중익기탕은 이동원의 원방을 볼 필요가 있다. 내외상변혹론에 실린 보중익기탕의 처방은 다음과 같다. 황기 5푼, 인삼 3푼, 백출 3푼, 감초 5푼 당귀 3푼, 귤피 3푼, 승마 3푼, 시호 3푼 황기와 감초가 5푼이고 나머지 약들은 3푼으로 동량이다. 황기와 시호의 비율이 2배 이내로 차이가 난다. 단계심법으로 넘어가면서 황기와 인삼의 비율이 증가하고 황기와 시호의 차이가 2배 이상으로 벌어진다. 방..
한의학은 영어로 Korean medicine이라 불린다. 중의학은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차이가 나지만 한의학의 근간은 중국에서 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반대로 분명히 차이를 드러내는 분야도 있다. 한의사들이 보는 대부분의 책들은 중국에서 나왔거나 동의보감과 같이 그 이론들을 다시 집대성하고 정리한 책들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일부에서는 사암침법, 사상의학을 한의학만의 고유한 이론과 임상 체계라고 반박한다. 사상의학은 중국에서 생기지도 않았고 중의학에서는 매우 생소한 개념이다. 일단 체질의학자체가 낯선 개념이다. 9종 체질이 있긴 하나 중국 정부가 의료체계를 개편하면서 치미병을 포함하는 예방개념을 도입하면서 기존 변증 체계를 체질로 확장한 것이 현재 중국..
녹용(甘鹹, 溫), 녹각(鹹, 溫), 녹각교(甘鹹, 溫), 녹각상(鹹澁, 溫) 녹용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약재 중 하나이다. 대표적인 보제로서 보약은 녹용보약을 의미하는 것으로 아는 환자들도 많다. 중국에서는 아교, 동충하초 등이 녹용의 지위를 가지고 있고 최근 녹용이 새롭게 떠오르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에서 높이 평가하는 공진단이 정작 중국에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편이다. 한약도 지역과 문화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는 부분이다. 녹용은 온성을 띄고 있으며 보양약으로 분류하여 전통처방에서는 부자와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나 녹용은 온성임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열을 끼고 있어도 사용할 수 있다. 녹용이 혈을 머금고 있는 동물성 약재이기 때문이다. 보양과 보음은 보법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