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대선은 역대 최고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오명을 쓰고 초박빙의 차이로 정권교체라는 결론으로 막을 내렸다. 몇 가지 느낀 점들을 써보고자 한다. 1. 사람들의 '밥'과 '땅'을 건드리려면 자리를 걸 준비를 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번째 서울시장 임기를 할 때 무상급식 이슈가 터져 나왔고, 무상급식을 반대했던 오세훈 시장은 주민투표에서 패배하고 결국 사퇴를 한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무상급식 중단을 시행하면서 주민소환 논란까지 나타났다. 문재인 정권은 40-50대 무주택자들에게 새로 집 짓지 않고 다주택자의 집을 받아서 주겠다고 밀어붙이다가 정권교체를 맞이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나라이고,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고 하는 나라이다. 남북관계, 입시정책, 산업, 에너지정책 등 국가적..

의료는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사회의 변화에 선제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COVID-19 사태에서 목도했듯이, 사회 구성원의 생명에 위해가 가해지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의료는 전면에 나서게 된다. 이마저도 경제, 사회, 정치 등 다른 분야의 우선순위에 밀려 의료 본연의 주장을 내세우고 관철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더욱 높은 단계의 봉쇄를 주장하나 자영업자들의 경영난 가중 등으로 인해 이를 쉽게 수행할 수 없는 것이다. 감염병을 줄이는 것도 의학적인 시술과 처치가 위주가 아니라 몇백년전부터 사용해온 격리와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쓰이고 있다. 한의학과 중의학, 일본의 한방의학이 갈라진 분기도 의학 자체의 특성보다는 제국주의의 물결..

사회에는 소위 '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등교육을 받았거나 한 분야에 정통해 남들을 가르치거나 의미 있는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교수, 교사, 목사, 의사들이 대표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사람들이고, 꼭 직업적인 측면이 아니더라도 사회와 사람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들이 처해있는 어려운 일들에 대한 답을 내어주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좀 더 확장하면 사람들에게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사업가나 법관, 정치인들도 넓은 의미의 지식인일 수 있겠다. 이번 글에서 책무를 따지고 싶은 사람들은 답을 내지 않아도 지식인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대표적으로 학계가 있다. 한 사회의 지식 수준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교수들이 있고 석박사들이 있다. 특히..

저는 일이 없으면 별다른 목적 없이 요즘 입소문을 타는 골목길들을 한 번씩 가봅니다. 아주 일이 없는 것은 아니고, 최근 제가 관심 있어하는 분야의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곳들입니다. 우연일지는 몰라도 그런 매장들은 속칭 '뜨고 있는' 골목길, 상권들이 많았습니다. 20대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이는 거리는 깔끔하면서도 그전에는 보지 못했던 특이한 물건들을 파는 가게들이 보입니다. 요즘은 제가 조향에 관심이 있어 그런지 향수를 만들어 주는 가게나 니치 향수나 화장품을 파는 가게들을 찾아보게 됩니다. 그 옆에는 떡볶이 가게도 있고 햄버거 집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흔히 아는 브랜드의 가게는 아니고 1인당 적어도 2-3만 원씩은 줘야 먹을 만하게 나오는 집들입니다. 문득 제가 20대 일 때 제 또래들이 가던 ..
이번 대선이 가장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는 대선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현 정부의 실책에 대한 발전적 대안보다는 정권교체만 주장하는 야당 후보와, 이에 대해 현 정부의 발전적 계승을 주장하지 못한 채 국민들이 우려하는 정책을 쏟아내는 여당 후보의 모습은 아무리 대선이라고는 하지만 정치를 구성하는 정책과 권력 중 권력 추구의 속살만 드러나는 느낌입니다. 정치란 원래 이런 것인가 싶으면서도 소위 'G7'이라 불리는 민주주의 선진 국가의 정치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제가 그 나라에 살지 않으니 잘 모를 수 있지만 각국 주요 신문 1면을 보면 우리나라처럼 정치면이 많은 것을 장악한 나라가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대선이라고 하기에는 거의 아이돌 수준이 되어버린 정치인의 일거수일..

단계적 일상 회복, 흔히 '위드 코로나'라고 하는 정책을 시행한 지 한 달이 다되어 간다. 앞서 다른 나라들이 봉쇄 해제를 하면서 나타났던 확진자, 위중증자, 사망자 급증 현상을 우리나라도 똑같이 따라가고 있다. 선별 진료소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있고 음식점과 카페에서는 사람들이 좀 더 오래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지만 언제 다시 방역지침이 강화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생활하는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전염병이 그러하듯이 코로나도 계속 변이가 발생하고 있다. 변이 자체는 놀라운 현상은 아니지만 변이의 폭이 커서 백신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매번 변이가 발견될 때마다 마주하고 있다. 계속 변이가 생겨서 결국은 백신이 무용해지거나 새로 백신을 만들기가 어려워진다면, 그래서 증상완화제나 치료제와 중..

눈과 입과 코와 귀. 빛과 맛과 향과 소리. 우리가 늘 사용하는 감각기관과 느끼는 감각이다. 있을 때는 당연한 감각이지만 하나라도 없어진다면 큰일이 난다. 이 감각을 만족시키고 극대화시키는 데 소비 시장은 전력을 다하고 있다. 감각은 매우 예민하면서 싫증을 쉽게 낸다. 싫증을 잘 내는 것이 특성이라 할 만큼 감각은 주의를 끌기 어려운 대상이다. 반대로 감각의 관심을 끌어내면 이성은 손쉽게 항복을 선언하고 감각이 원하는 데로 우리 몸을 움직일 수 있다. 싫증이 쉽게 나는 감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흐름은 있다. 시간에 따라 변화도 한다. 사회는 변화를 바로 따라갈 수 없다. 그 변화를 읽어내고 만족시키는 방법을 실천한 사람들은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빛, 소리, 향을 조작하기 위해서는 이를 만드는..

연합뉴스의 주요 포털 제휴 중단 조치, 그러니까 사실상의 주요 화면 노출 배제에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부당함과 이를 결정한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에 권유의 형태로 거의 통보 또는 협박이라고 느껴질 만큼 강한 어조와 한 목소리로 연합뉴스의 복귀를 이야기하고 있다. 상대방 정치인의 공격을 위해서라면 사소한 것까지도 걸고 넘어지는 행태만 보다가 이번 연합뉴스의 포털 배제에 대해서는 대연정이라도 된 것처럼 여야뿐만 아니라 유력 정치인들까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서 사안의 시비를 떠나 정치권과 언론계가 공생 관계이지 않나 할 정도로 낯선 느낌을 받았다. 제평위 측에서는 연합뉴스가 광고성 기사를 무단 배포한 것을 근거로 제휴를 중단했다고 한다. 광고성 기사를 많이 낸 신문사라면 포털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 ..

우리나라에서도 11월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에 들어갑니다. 위드 코로나라고도 합니다. 확진자 통제에서 사람들의 활동을 보장하는 쪽으로 바뀔 것입니다. 내년 1월까지 단계적으로 방역수칙을 완화한다고 하니 코로나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지난 2년동안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단순 건강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까지 포함됩니다. 그중 일부는 우리의 통념 또는 가능성에 대해 답을 내려준 것들이 있습니다. 우선 교육은 대면이 중심이라는 것을 확실히 했습니다. 대면 교육이 중심일 때는 온라인 교육은 가능성을 내보였습니다. 미래 사회의 모습을 그리면 재택 교육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아마 앞으로는 그런 그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만나서 할..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은 많은 한의사들에게 애증의 존재이다. 최근 30년간 한의원 보약의 지위를 뺏어간 원흉이지만 상당수의 한약재가 건기식의 형태로 시장에 유통되면서 되려 한약에 대한 친밀감은 높아진 양면성이 있다.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숙취해소환도 산사, 갈화, 창출과 같이 한약재가 들어간 제품이다. 한의약은 대부분의 역사 기간 동안 양반이나 부유층들의 전유물이었다. 사극에서는 아프면 '의원'을 불러다 진료를 보지만 높은 지위에 있는 양반이 아니면 의원을 보기도 힘들었고 대부분 사람들은 동네에 의학서적 한두권 익힌 지식인들에게 약을 처방받거나 침을 맞던 것이 현실이었다. 지금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경옥고 같은 약은 조선시대에는 임금이나 편하게 먹고 양반들마저도 귀한 약이라고 아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