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 (甘, 平)
황기는 보기(補氣)의 주약이다.
인삼을 보기약으로 보는 경우가 있지만, 만성피로를 주증상으로 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할 약재가 황기다. 보중익기탕의 군약으로 유명하다.
표허자한(表虛自汗)이 전통적인 주치증이다.
표허가 핵심이고, 자한은 부수증상이다. 표를 좀 더 확장해서 두뇌 활동까지 포괄하기도 한다. 표허는 피부가 전반적으로 탄력이 떨어지고 상처가 잘 낫지 않는 형태로도 나타난다. 사마귀가 오래갈 때 보중익기탕에 의이인을 가해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식은 땀이 나거나 피부가 축축하면 황기를 쓸 가능성이 높아진다. 면역력 저하와 오래된 질병의 이환으로 인한 제반 증상 처리에도 황기를 주제로 사용한다.
황기는 평성이라 한열을 제어하는 약물을 같이 배합해야 한다. 열상을 띌 경우 시호를 쓴 것이 보중익기탕이다. 한상을 띄는 경우에는 육계가 들어간 십전대보탕을 쓰는 것이 처방례라고 할 수 있다.
황기는 국산이 있지만 1년 근이 대부분이라 약효가 떨어진다. 3년 이상 된 황기를 써야 효과가 난다. 8년 근까지 시장에 유통되기도 한다. 대부분 수입산인게 아쉽긴 하지만 황기의 약효를 온전히 쓰려면 3년 근 이상이 필요하다.
밀자(蜜炙)는 보기의 효능을 높여준다. 밀자가 잘된 황기는 과자처럼 바삭거리며 깔끔하게 분질러진다. 열상이 있을 때에는 황기를 생으로 쓰고 한증일 때는 밀자를 해서 쓴다. 1첩에 4-12g 범위로 사용한다.
인삼 (甘, 溫), 당삼 (甘, 平)
인삼은 비(脾)를 보하는 약이다.
비허증의 1차 약재로 소화불량이 있거나 중완이 꺼지거나 힘이 없을 때 사용한다. '입이 짧다'라고 표현하는 경우에 사용한다.
인삼은 사군자탕, 생맥산 등 다양한 처방에 활용된다. 열상이 있으면 인삼을 주의해서 써야 한다. 번열이나 안구충혈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열상을 띄는 데 비허증이 있는 경우 당삼으로 바꿔 사용한다. 사삼으로 쓰라는 경우도 있는 데, 사삼과 인삼은 작용부위가 달라서 정확한 대응은 아니다.
당삼은 만삼이라고도 하며, 인삼과 작용부위는 같으나 약성이 평성이라 열상이 있어도 쓸 수 있다. 진액도 풍부한 편이라 음허가 있어도 당삼은 적용이 용이하다.
육계(辛甘, 熱), 계지(辛, 溫)
육계는 대표적인 온리제이다. 흔히 '속이 차다'라고 하는 경우다. 횡격막 아래 장기들이 한증을 띄면 활용할 수 있다. 한증을 끼고 있는 설사, 구토, 생리불순 등 온법을 써야 할 경우 먼저 고려할 수 있다.
상한론의 계지가 육계인지, 어린 가지인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상한론의 서술을 보면 껍질을 벗겨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육계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나 실제 임상에서는 육계와 어린 계지가 분명히 효용의 차이가 있다.
리열이 있는 상태에서 육계를 쓰면 번열이 잘 나타난다. 그에 비해 계지는 표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어 한열보다는 병의 위치에 따라 쓴다. 추위를 타면서 소화기까지 한증이 나타나면 육계, 표에만 뚜렷하다면 계지를 쓴다.
육계와 계지는 다른 온성약에는 없는 효능이 있는 데 그것은 위로 뜬 허양(虛陽)을 잡아주는 것이다.
몸 전체는 한증인 데 얼굴만 벌겋게 되어서 한열이 헷갈리기 좋은 환자들이 있다. 이 경우 육계나 계지로 처리한다. 사상의학의 소음인 표열병이 이것을 의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이한 효능이다.
육계는 기름층이 두꺼운 것이 좋으며 무엇보다 관능평가에서 향이 잘 나야 한다. 시장에서는 YB1, YB2 등급이 통칭된다. 기름층의 차이라고 하는 데, YB2 이상이면 사용하는 데 적절하다고 본다.
다른 방향성 약재도 마찬가지지만 육계처럼 기름층이 있고 향이 있는 약재들은 플라스틱 통에 보관하는 경우 통에 변형이 생길 수 있다. 스텐 등 다른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
부자(辛甘, 大熱), 초오(辛苦, 熱)
본초의 기미 분류에서 열성을 따로 둔 것은 이 두 약재 때문이 아닌가 할 정도로 특성이 뚜렷하다. 특히 부자는 그 효용과 부작용의 양면성으로 인해 관심을 받고 있는 약재이기도 하다.
최근에도 부자 중독에 관련된 뉴스가 나오는 것을 보면 독성이 있는 약재임에도 효능이 가지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부자는 생부자를 쓰기도 하지만 보통 포제를 거친 약재를 사용한다. 기준은 아코니틴(Aconitine)의 함량을 기준으로 한다. 아코니틴을 가열하면 아코닌(Aconine)으로 바뀌는 데, 이 과정에서 독성이 줄어든다.
아코닌의 주요 효능은 진통으로 포제되지 않은 부자의 아코니틴 성분으로 인해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과량 복용했다가 혼수 등 부작용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부자가 가진 또 다른 주요 성분은 히게나민(Higenamine)이다. 부자의 강심 효과를 설명하는 성분이다.
부자의 효능은 회양(回陽)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양기를 통하게 하거나 더 넣는 개념이 아닌, 생명력을 의미하는 양기가 끊어지는 것을 돌리는 효능을 의미한다.
지금과 같이 응급 구조 체계가 잘 갖춰지고 각종 강심제가 개발되어 있는 시점에서는 그 의미가 잘 와닿지 않을 것이나 길가다가 사람이 갑자기 쓰러지는 게 빈번했던 당시에는 부자의 강심 효과가 생명을 살리는 약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부자는 온병개념에서도 잘 쓰인다. 양기가 허할 때 1선으로 선택할 수 있는 약이다. 다만 부자의 약성을 줄이고 용량을 낮춘다. 포제부자의 용량을 5-7푼 단위로 내리면 회양에서 온양(溫陽)의 효능으로 쓸 수 있다.
육계가 온중(溫中)이라는, 소화기를 중심으로 온성을 나타낸다면 부자는 전신적인 작용을 한다. 저혈압, 서맥을 가진 환자들에게 응용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맥이 가라앉고 느린 경우에 사용하며 부수적으로 추위를 타면서 피부가 축축한 것도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황기의 자한과는 달리 한증이 분명히 잡혀야 사용할 수 있다.
초오는 아코니틴의 함량이 부자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통 효과도 더 뛰어나나 부작용도 훨씬 크다. 부자와 마찬가지로 포제가 잘 된 약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나 일반적인 한의원 환경에서는 쉽게 쓰기 어려운 약이기도 하다.
부자와 초오 같이 효능이 뚜렷하면서 부작용이 있는 약재들은 별도의 제제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약은 곧 독이며, 독성이 크다는 것은 뛰어난 약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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