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은 끝났지만, 성리학은 끝나지 않았다역사책에서나 보던 성리학 사회의 모습을 현재 한국에서 찾기는 어렵습니다. 이기론(理氣論)과 격물치지(格物致知)로 대표되는 성리학은 500년간 조선의 지배 이념이었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그 수명을 다한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 유산은 여전히 우리 삶 깊숙이 남아 있습니다.가족의 가치, 공동체 의식, 교육을 중시하는 문화 등 우리가 아름답게 여기는 많은 가치들이 성리학과 부합합니다. 그러나 성리학을 숭상하던 조선왕조가 식민지배라는 비극으로 끝을 맺었듯이, 성리학의 부작용 또한 여전히 한국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정답 사회'의 기원: 모든 길은 하나로 통한다?여러 부작용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정답'을 요구하는 문화입니다. 성리학의 핵심 개념인 '이..

사고실험의 시작예전에 친구들과 농담처럼 나눈 이야기가 있습니다. "만약 흑석동에서 평생 한 발자국도 못 나오는 대신 1조원이 생기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가정적 상황이었습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은 강남과 가까운 부촌이지만, 개발이 필요하고, 진행되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처음에는 "그런 것을 누가 하겠느냐"는 반응이 나올 줄 알았지만, 막상 서로의 아이디어를 내면서 흥미로운 논의가 전개되었습니다.제약 조건의 창의적 해결친구들과 나눈 아이디어들을 정리해보면:인적 교류의 문제: 흑석동에서 못 나가니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느냐는 문제는 '충분한 돈으로 그들을 초청하는 것'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봤습니다.문화생활의 한계: 강남의 새로운 맛집이 있다면 배달을 시키거나, 정말 맛있으..

한의학 표준화의 딜레마한의학 연구에서 '표준화'는 오랫동안 뜨거운 화두였습니다. 같은 환자를 진료해도 한의사마다 다른 진단명을 내리는 것이 일상이었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사상체질조차 전문가 간 진단 일치율이 70%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진단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정밀도였습니다.이러한 현실은 한의학계에 양가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한편으로는 연구 대상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근거가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확한 진단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현실에서는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기준으로 진단 및 보험청구를 하고, 한의사 각자가 활용하는 이론 체계에 근거해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표준화 미비가 가장 두드러지는 영역은 한약 처방입니다. 심평원의 삭감 정책이 ..

AI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빠른 속도로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마치 타자기로 문서를 작성하다가 워드프로세서로 작업을 처음 했을 때의 심정, DOS의 검은 화면을 보다가 윈도우의 그래픽 환경을 처음 봤을 때의 놀라움을 AI를 통해 오랜만에 느끼고 있습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 녹아들고 있는 AI, 저 역시 당연히 여러 분야에 활용하고 있습니다.그중 최근 가장 큰 도움을 받은 분야는 글쓰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힐들어하는 불안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데, 이전에도 책을 쓰고 전자책을 만들어봤지만 AI의 도움을 본격적으로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리고 많은 변화를 느꼈습니다.작업 방식의 혁신대표적으로 Sigil을 통해 작업할 때, 각종 디자인을 CSS 코드로 바로 ..

서점에서 마주한 변화간만에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았습니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여전히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서적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로 유명 작가들의 신간과 정치인들의 책이 중앙 통로 양쪽에 진열되어 있습니다.이번 방문에서 유독 눈에 띈 것은 책의 주제나 디자인이 아닌 두께였습니다. 문학 서적 코너의 책들이 예전보다 가볍고 작아진 것 같았습니다. 처음엔 문학 코너만의 특징인가 싶었지만,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나마 두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파이썬이나 노코드 도구 같은 기술 분야와 과학 분야 책들뿐이었는데, 이마저도 300페이지 안팎의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 대부분이었습니다.과학서적 하면 벽돌만큼 두껍고 큰 책들이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책이 점점 얇아지고 작아지고 있는 것..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나와 타인의 차이를 인식하고 분류하려 해왔습니다. 성격 유형에 대한 관심은 시대마다 다른 이름과 개념으로 나타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의 관심사이자 인기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습니다.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했던 혈액형 성격론은 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MBTI와 사주 일간 등 새로운 개념의 성격 분류가 등장했습니다. 관심의 본질은 동일하지만 접근 방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MBTI에서 에겐/테토로의 변화MBTI가 한동안 유행하다가 결국 T(사고형)와 F(감정형)의 차이로 분류가 단순화되더니, 최근에는 '에겐'과 '테토'라는 새로운 분류 기준이 등장했습니다. 에겐은 에스트로겐, 테토는 테스토스테론을 뜻하는 것으로, 각각 여성성과 남성..

예술이란 무엇인가예술이란 무엇일까요? 수많은 예술가와 철학자들이 답을 내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노력 중인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서 파생되는 또 다른 의문 중 하나가 '예술은 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것입니다.예술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예술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림을 그린다, 노래를 부른다, 춤을 춘다, 조각을 한다 등이 대표적입니다. '고상하고 복잡한' 예술의 정의에서는 이 세상의 모든 행위가 예술이 될 수도, 아니면 하나도 예술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행위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나마 예술은 아닐지라도 예술 행위를 하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물론 무조건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른다고 예술이라고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코인노래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노..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점점 그 목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기본 10% 이상의 관세를 전제로 각국과 협상을 시도하면서 그동안 맺었던 미국과의 여러 무역 협정을 종잇장으로 만들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조약 조문 하나에도 수많은 논의와 논쟁이 동반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었을 텐데, '트럼프'라서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그의 의도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당초 관세를 부과할 때만 해도 미국 내 인플레이션 때문에 관세를 철폐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미국 내 물가상승률은 관세 부과에 비해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 이는 물가를 구성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인 원유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비용이 떨어지면서 다른 비용 상승을 상쇄하여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을 억제한 것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