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이 없으면 별다른 목적 없이 요즘 입소문을 타는 골목길들을 한 번씩 가봅니다.
아주 일이 없는 것은 아니고, 최근 제가 관심 있어하는 분야의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곳들입니다. 우연일지는 몰라도 그런 매장들은 속칭 '뜨고 있는' 골목길, 상권들이 많았습니다.
20대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이는 거리는 깔끔하면서도 그전에는 보지 못했던 특이한 물건들을 파는 가게들이 보입니다. 요즘은 제가 조향에 관심이 있어 그런지 향수를 만들어 주는 가게나 니치 향수나 화장품을 파는 가게들을 찾아보게 됩니다.
그 옆에는 떡볶이 가게도 있고 햄버거 집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흔히 아는 브랜드의 가게는 아니고 1인당 적어도 2-3만 원씩은 줘야 먹을 만하게 나오는 집들입니다.
문득 제가 20대 일 때 제 또래들이 가던 거리를 생각해봤습니다. 그 때도 음식점과 카페는 있었습니다. 음식은 맛보다는 외국의 특이한 지역의 음식을 모티브로 했던 것 같습니다.
파스타가 한창 유행했었고 화덕피자가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특정한 나라의 문화를 인테리어 삼아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스나 스페인 등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막 가기 시작했던 나라들의 음식을 파는 곳이면 사람들이 몰려있던 기억이 납니다. 맛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컨셉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카페는 한창 스타벅스가 비싸니 싸니 했던 시절입니다. 밥값보다 커피가 비싸서 이슈가 되었었죠.
옷가게도 많았습니다. 브랜드는 없지만 매칭을 잘해서 저렴한 가격에 멋을 내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같습니다. 팔찌나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도 옷과 맞춘다고 곳곳에 좌판과 가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요즘 인기있는 골목에서 옷가게는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액세서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식점은 되려 우리한테 익숙한 종목들입니다. 다만 그 내용이 훨씬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떡볶이도 차돌박이가 들어가 있고 햄버거도 다 수제에다 두툼한 고기 패티를 자랑합니다. 햄버거 빵도 직접 구워서 만드는 곳도 있으니 손이 참 많이 갑니다.
카페도 있지만 커피나 디저트의 맛보다는 사진 찍기 좋은 곳이 인기가 좋습니다.
익선동의 인기 있는 한 카페는 손으로 직접 만든 생크림 케이크는 일반 케이크의 절반도 안 되는 데 가격이 4만 원 가까이했던 곳도 있습니다. 적어도 맛이나 양 때문에 오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대신 SNS를 잘 안 하는 제가 보기에도 사진이 참 잘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20여년 정도의 차이를 비교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20대 때 향유하고 익숙한 것들을 나이가 먹으면서도 계속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제가 20대 때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던 커피, 옷 등은 이제는 수많은 커피숍, 대규모 SPA 브랜드들로 일상화되었습니다.
그때 줬던 돈보다 비슷하거나 적게 주고도 더 좋고 예쁜 옷들을 자주 바꿔서 입을 수 있고, 커피는 2천 원짜리 아메리카노부터 한잔에 2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스페셜티 커피까지 다양해졌습니다.
20대 때는 아무래도 수입이 많지 않다보니 가성비를 따져서 향유하던 것들이 직업을 구하고 돈을 벌면서 규모와 질이 확장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이는 곧 관련 사업도 커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향 산업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봅니다. 20대들의 패션은 차분해졌습니다. SPA와 고급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모노톤의 편한 옷을 일상복으로 입고 다닙니다.
산업이 성숙되면 고가와 저가의 양분화가 되며, 패션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봅니다. 아르바이트비를 모아서 백화점에 줄을 서가면서 명품도 사지만 SPA 브랜드 세일에 5만 원짜리 겉옷을 사기도 합니다.
향은 이제 막 시작입니다. 향수 정도만 생각했던 세대들이 이제는 디퓨저, 향이 좋고 독특한 화장품, 스프레이와 인센스 스틱처럼 좋은 향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이 세대들이 10년 정도 지나면 가게를 선택하는 기준이 향일 수도 있습니다. 음식점이나 학원, 옷가게의 네이버 리뷰에 '향이 좋은 곳이에요'라는 선택지가 들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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