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하 (辛, 溫)
반하는 주치는 화담(化痰)이다.
백출과 복령이 화습(化濕), 즉 담이 되기 이전의 습을 제거하는 역할이라면 반하부터는 본격적으로 유형의 담음을 처리한다. 담음을 습으로 돌리는 역할이며, 담음이 완고해지면 천남성을 가미해야 한다.
복진 소견에서는 심하의 압통이 확인되면 반하를 고려한다. 객담이나 소화기 증상, 맥진에서 교차 확인되면 반하를 넣어주는 것이 좋다. 담음 처리의 시작 약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반하 이외에도 담음을 처리하는 약재는 많고 음허일 경우 반하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반하를 빼고 처방을 구성하면 약력이 떨어지는 것도 경험한다. 입방(立方)의 묘가 필요한 부분이다.
반하의 약성이 맵고 온성이라고 하나 한열은 같이 조합하는 약재로 맞추는 경우가 많다. 한증일 경우 생강 등을 조합하고 열증일 경우 황련을 조합한다. 황금은 온병에서는 진액을 말린다고 해서 용도가 제한적이다.
흔히 습담이라고 하고 증상도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나 유형의 담이 없다면 굳이 반하를 쓰지 않아도 무방하다. 객담이 대표적이며 결절종, 매핵기, 붓기 등 담음이 움직이는 징후가 있다면 반하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반하의 독성 때문에 생강과 백반으로 포제를 한 반하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포제를 하지 않은 반하라고 해도 탕전 과정에서 약성이 많이 완화된다. 인후부를 자극하는 특성은 탕전을 거치고 나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반하가 포제과정을 통해 위품이 많이 혼입되고 포제 자체가 약성을 낮추기 때문에 담음을 제거하는 것이 1차 목표라면 포제하지 않은 반하를 처방해도 무방하다. 소화기가 약하거나 체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담음을 제거해야 한다면 포제를 거친 반하를 쓰는 것이 좋다.
반하로부터 시작하는 처방이 많다. 반하사심탕이 대표적이고 이진탕이 그렇다. 유형의 담은 요즘같이 소화기를 혹사시키는 시대에 많이 나타난다.
익위양음거담(益胃養陰去痰)이 현대인들에게 두루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고, 거담의 영역에서 반하는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천남성 (苦辛, 溫)
천남성은 척담(滌痰)의 주약이다.
반하는 담음을 체액으로 돌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면 천남성은 완고한 담음을 제거한다. 이 때문에 장기간 복용은 어렵고 천남성이 들어가는 처방 자체가 중풍 등 상당히 중증에 사용하는 예가 많다.
천남성은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우담에 포제해서 사용한다. 적어도 생으로 쓰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도담탕을 보면 담음을 어떻게 처리하는 지 잘 나타나 있다. 감초, 천남성, 반하, 생강, 복령, 지각, 홍화로 구성되어 있는 도담탕은 수습에서 완고한 담음까지 한 번에 처리하겠다는 의의가 잘 나타나 있다. 생강과 지각이 담음을 움직이고 가감방에 따라서는 진피도 가미되어 있다.
기가 움직여야 담음도 움직인다는 이론에 충실한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죽여 (甘, 微寒)
죽여의 주치는 제번화담(除煩化痰)이라고 할 수 있다.
청열로도 설명되어 있지만 전반적인 열상보다는 번열증에 특화되어 있다. 대표적인 감한지제로 온병에서도 많이 사용한다. 특히 열증인 데 음액을 보존하면서 담음을 처리해야 할 때 죽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맥진에서 맥 자체는 느리지만 촌맥이 부활맥으로 나타날 때 사용한다. 가벼운 약재는 위를 치료한다는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한증이지만 칠정상 등으로 열이 위로 떠있어 함부로 차가운 약을 쓰기 어려울 경우 죽여로 처리하는 것이 용이하다.
죽력 (甘苦, 寒)
죽력의 주치는 청열활담(淸熱滑痰)이라고 할 수 있다.
죽력은 죽여보다 좀 더 전반적인 열증에 대응한다. 열상이 뚜렷하고 완고한 담음을 처리해야 할 경우 반하에 한성 약을 가미하는 것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이때 죽력을 써서 담음을 제거한다. 한증에서 반하-천남성 관계가 열증에서는 죽여-죽력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죽력은 직접 만들기 어렵고 제약회사에서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으로는 생강즙과 같이 먹는 데, 탕약과 별도로 복용하게 하는 방법도 있고 아예 생강즙과 꿀을 함께 섞어서 음료수처럼 마시게 하는 방법도 있다.
죽력은 제법에 따라 탄내와 시큼한 정도가 다르다. 적정한 제품을 선택해 처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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