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용(甘鹹, 溫), 녹각(鹹, 溫), 녹각교(甘鹹, 溫), 녹각상(鹹澁, 溫)
녹용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약재 중 하나이다.
대표적인 보제로서 보약은 녹용보약을 의미하는 것으로 아는 환자들도 많다. 중국에서는 아교, 동충하초 등이 녹용의 지위를 가지고 있고 최근 녹용이 새롭게 떠오르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에서 높이 평가하는 공진단이 정작 중국에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편이다. 한약도 지역과 문화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는 부분이다.
녹용은 온성을 띄고 있으며 보양약으로 분류하여 전통처방에서는 부자와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나 녹용은 온성임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열을 끼고 있어도 사용할 수 있다. 녹용이 혈을 머금고 있는 동물성 약재이기 때문이다.
보양과 보음은 보법의 중요한 축이다. 보법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은 보양과 보음 약재들의 명확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부자, 육계와 같인 보양약물들은 성질이 조열한 경우가 많아 진액을 말리고 번열을 일으키기 쉽다.
숙지황, 맥문동, 아교 같은 보음약재들은 대량 사용해야 하며 니체하기 쉬워 소화기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담음이 있는 경우 보음제를 쓰기에 곤란한 경우도 있다.
녹용은 기본적으로 보양약이지만 혈을 머금고 있어 조열하지 않고, 동물성 약재의 보혈인지라 대량으로 사용하지 않고도 보혈보음의 효과를 낸다.
보양과 보혈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약재여서 녹용을 처방하게 되면 숙지황의 양을 1돈으로 줄여서 니체를 막으면서도 보음효능을 가져갈 수 있다.
사상처방에서 녹용이 태음인의 한증인 녹용대보탕, 열증인 공진흑원단에서 쓰인 것처럼 한열과 상관없이 녹용을 쓰는 하나의 반증이 될 수 있다.
보제에는 모두 녹용을 가감할 수 있으나 녹용 자체가 하나의 처방으로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 처방은 부드러운 보제로 가는 것이 좋다.
필자는 주로 인삼양영탕에 녹용을 가감해서 처방한다. 십전대보탕에도 가미가 가능하나 십전은 그 자체로 완결된 처방이라 녹용을 가미하면 중복되는 느낌이 있다. 천궁의 열성과 육계가 녹용의 보양기능의 중복이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인삼양영탕은 작약이 군약이고 천궁이 빠졌다. 육계는 계지로 바꿔서 처방하여 조열함을 줄이고 녹용으로 보양작용을 하도록 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녹용은 공진단으로 쓰거나 녹용 탕약으로 처방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동의보감에서는 녹용이 들어가는 처방의 9할 이상이 환제로 복용을 한다. 녹용의 성분들이 상당수 단백질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열을 가하면 성분의 변화가 오기 때문에 가루를 내서 환약으로 복용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녹용의 부위와 기원에 대해서도 차이가 있다. 현재는 녹용의 끝부터 아래까지 분골-상대-중대-하대로 나눠서 처방한다. 동의보감 탕액편의 녹용은 5월에 사슴의 머리에서 처음으로 난 뿔을 의미한다.
녹용의 용이 싹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이를 요즘 녹용 부위로 바꾼다면 분골 외에는 녹용이 아닌 셈이 되는 것이다. 전통과 현대가 미묘하게 충돌하는 부분이다.
러시아산과 뉴질랜드산이 정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러시아산과 뉴질랜드 산은 크기부터 차이가 난다.
정부에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는 쪽은 뉴질랜드고, 러시아는 농장 단위에서 관리를 한다.
유전자는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후와 환경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달라 약효와 크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
건강기능식품에서 사용하는 녹용은 품질이 균일한 뉴질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최근 러시아산도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녹각, 녹각교, 녹각상은 녹각에서 나온 것이다.
각각 녹용의 효능이 미약하게 있는 편이고 녹각은 어혈, 녹각교는 보양, 녹각상은 삽제로 인식되고 있다.
뼈로 비유하면 뼈 자체, 뼈 속의 골수, 뼈의 골질로 볼 수 있다. 사슴뿔이 자연적으로 떨어진 것을 녹각이라고 하며 이 녹각을 끓여서 추출한 액체를 굳힌 것을 녹각교, 녹각에서 녹각교를 뺀 나머지를 녹각상이라고 한다.
녹용과는 달리 하나로는 약력이 약하기 때문에 3가지 약재를 같이 쓰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녹각교가 액상 교질의 캔으로 나온 것이 있고 일부 단단한 젤라틴 형태로도 나온 것이 있다. 둘 다 유통은 되고 있는 데, 아교와 같이 단단히 굳힌 것이 좀 더 원형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임증지남의안에서는 녹각, 녹각교, 녹각상 이 3가지가 모두 들어간 반룡환을 처방한 증례가 다양하며, 반룡환은 동의보감에서도 신형편에 수명연장약으로 경옥고와 같이 기재되어 있다.
대만에서는 아예 약국용으로도 나와서 판매되고 있다. 경옥고에 묻혀서 존재감이 적은 편이긴 하지만 녹용의 활용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추세에 따라 반룡환도 함께 활용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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